우가행의 영화블로그

영화를 심리적, 과학적 관점으로 해석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 2025. 6. 27.

    by. 우가행1

    목차

      다시 본 영화, 새로운 깨달음

      최근 오랜만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다시 봤습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단순히 패션업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정도로 생각했는데, 몇 년간 직장 생활을 하고 나서 다시 보니 완전히 다른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주인공 앤디의 모습에서 과거의 제 자신을 보는 듯했어요.

      일에 빠져들다 보니 잃어버린 것들

      영화에서 앤디가 처음엔 '그냥 이력서에 한 줄 더 추가하려고' 런웨이 잡지사에 입사했다가, 점차 일에 몰입하며 자신도 모르게 변해가는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었습니다. 저도 신입사원 시절, 처음엔 '배우는 단계'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야근이 일상이 되고, 주말에도 일 생각만 하고 있더라고요.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앤디가 친구들과의 약속을 미란다 때문에 취소하는 부분이었어요. 그때 친구가 "넌 변했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과거 제 친구들이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요즘 너 만나기 힘들어졌다", "일 얘기만 하네" 같은 말들이요.

      성공의 기준이 흔들릴 때

      앤디가 미란다의 인정을 받기 위해 점점 더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관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것이 곧 성공이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실제로 몇 년 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상사로부터 크게 칭찬받았을 때, 정말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족과의 시간, 개인적인 취미, 심지어 충분한 수면까지 포기해야 했어요. 그때는 '성공을 위한 당연한 희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정말 그것이 옳았나 싶습니다.

      미란다에게서 본 성공한 리더의 이면

      미란다 프리슬리 캐릭터도 다시 보니 새롭게 보였습니다. 처음엔 그냥 '무서운 상사'로만 보였는데, 이번엔 그녀의 외로움과 희생이 더 크게 다가왔어요. 막강한 권력을 가졌지만 이혼 위기에 처해 있고, 아이들과도 거리감이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에도 비슷한 분이 계셨어요. 정말 일을 잘하시고 회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분이셨지만, 개인적으로는 늘 혼자 계신 모습이었습니다. 그때는 '저렇게 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일에 빠져들다 보니 저도 모르게 비슷한 길을 걷고 있더라고요.

      번아웃을 경험하며 깨달은 것

      영화를 보면서 '번아웃'이라는 단어가 계속 떠올랐습니다. 앤디가 높은 성과를 내면서도 점점 지쳐가는 모습이 제가 경험했던 번아웃 증상과 너무 비슷했거든요.

      2년 전쯤 정말 심한 번아웃을 경험했습니다. 겉으로는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내적으로는 완전히 고갈된 상태였어요.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었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있어도 진정으로 즐거워하지 못했습니다. 그때서야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워라밸의 진정한 의미

      앤디가 결국 런웨이를 떠나는 결정을 내리는 장면에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단순히 '일이 힘들어서' 떠난 게 아니라,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깨달았기 때문에 떠난 거잖아요.

      요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처음엔 '일을 대충 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였어요. 하지만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워라밸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일을 소홀히 하자는 게 아니라, 일 외의 삶도 소중히 여기자는 뜻이더라고요.

      나다운 성공의 기준 찾기

      영화를 보고 나서 제 자신에게 질문해봤습니다. "나는 지금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가?" 솔직히 말하면, 회사와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에 맞춰 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진정한 제 모습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작은 것부터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가급적 일 관련 연락을 받지 않고, 평일 저녁에는 개인적인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요.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도 의식적으로 늘리고 있고, 오랫동안 미뤄뒀던 취미 생활도 다시 시작했습니다.

      나에게 솔직해지는 용기

      앤디처럼 용기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성공'에 대한 기준이 워낙 명확하다 보니,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이 마치 실패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깨달은 것은, 진정한 성공은 남이 정한 기준이 아니라 내가 정한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아직도 갈등이 있어요. 승진이나 연봉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균형 잡힌 삶을 위한 작은 실천들

      최근 들어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고요. 중요한 건 완벽한 변화가 아니라 작은 실천들의 누적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퇴근 후에는 가급적 회사 메일을 확인하지 않고, 주말에는 일 생각보다는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동료들과의 관계에서도 지나치게 경쟁적이지 않으려고 해요. 물론 일은 여전히 열심히 하지만, 그것이 제 삶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마무리하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단순한 패션 영화가 아니라, 현대인의 일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다시 보시길 추천드려요.

      앤디의 선택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솔직해지려는 노력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런웨이'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중요한 건 그 속에서 나다운 모습을 잃지 않는 것이겠죠.

      여러분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계신가요? 혹시 일에 너무 빠져서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이 영화를 통해 잠시나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